(국민문화신문) 정예원 기자= 대안공간 루프가 6월 27일까지 전시회 ‘노래하는 사람 Joy of Singing’을 개최한다.
우리는 현란한 디지털 이미지들 그리고 ‘한류’라 표현되는 문화 산업 생산물이 넘쳐나는 세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목소리를 잃어가는 사람도 있다. 디지털 기술이 대중화하고 민주화하는 일과 노동자와 시민의 정치적 재현이 발전하는 일은 왜 서로를 거스르는 것인가? 그 은폐된 세계를 포착하려 분투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번 전시 노래하는 사람의 참여 예술가다.
노래하는 사람 전시회에서 6인의 예술가는 대중음악을 소재로 예술적 가능성을 실험하는 다양한 작업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대중음악’은 대중문화와 고급문화를 구별하는 전통적인 엘리트주의적 관점에서 대중음악은 물론 아니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제 생각을 제 미학으로 시스템의 규율 없이 노래한다는 의미에서 대중음악, 혹은 새로운 민중 음악이다.
듀킴은 K-pop 노래에서 주술적 의미를 가진 여성 아이돌의 가사를 여성 톤에 맞춰 부른다. K-pop 산업으로 대변되는 이분법적 성역할을 해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2014년부터 김가람은 가상의 걸그룹 <4ROSE>을 만들어, 매달 이슈가 됐던 뉴스의 댓글을 음원으로 발매한다.
가상의 걸그룹 <4ROSE>는 매월 이슈가 되었던 시의성 담긴 뉴스 기사의 댓글을 가삿말로 옮겨 리드미컬한 배경음악에 맞춰 4가지 기계음으로 읽어준다.
전시 기간 동안 <4ROSE.NET>은 전시장 안팎 공간에서도 PC와 모바일을 통해 접속이 가능하며, 관객은 원하는 음원을 선택하여 듣고, 해당 음원의 출처(기사 및 댓글)를 클릭/링크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안광휘는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를 차용하여 밀레니얼 세대의 삶의 고단함을 노래한다. 이현종은 랩과 턴테이블이라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역사에서 출발한 인터랙티브 설치 <잼앤쿡>을 제작한다.
이번 작업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달라진 전시 관람 환경을 좀더 극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도록 의도해 연출됐다. 좌석은 칸막이로 나누어져 있고, 공용 헤드폰 대신 관람객 개인의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게 된다.
또한 전시장에서 보는 음악과 전시장 밖에서 듣는 음악을 동시에 제공하여 그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한다.
폴린 쿠르니에 자르뎅은 농부의 딸, 이단, 마녀, 프랑스 수호 성인, 카톨릭 순교자, 남성과 여성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잔 다르크의 다의성에 주목한다. 성모 마리아, 베르나데트 수비루 같은 가난한 집안의 여성이라는 사회적 소수자가 정치적이고 종교적 인정을 받게 되는 과정을 상징하는 영상 <그로타 프로푼다>를 제작한다.
지미 헨드릭스는 1969년 우드스탁 축제의 마지막 공연에서 미국 국가를 기타 연주한다. 파열음과 소음을 넣은 그의 연주는 총격과 포화가 가득한 베트남 전쟁을 나타냈고, 흑인 운동, 반전 운동과 대항 문화의 상징이 된다.
일본인 아티스트 츠바사 카토는 헨드릭스의 고향인 시애틀에서 이 연주를 재연하는 헌정 공연을 연다. 4명의 백인 연주자는 줄에 묶여 연주하기 위해 분투한다.
제 정체성을 예술로 재현하는 작업들은 다층적으로 정교하게 진행되고 있다. 인종, 계급, 젠더가 교차하는 몸은 자연적 대상으로 순수하지 않으며, 그 일련의 재현 방식은 지금 세계의 가치관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작업들은 대중음악에 대한 미술적 트리뷰트이자 국제주의적 음악 실험으로 나타난다. 음악의 독과점 시대, 상품이 되기를 거부한 사람들의 연대를 만들고자 한다.
전시회를 기획한 양지윤 루프 디렉터는 “전시 작업에는 게이·여성·흑인 등 사회 소수자의 현실과 꿈을 담은 대중음악 작업에 대한 존경을 담겨있다”고 말했다.
전시회 관람은 예약 없이 진행되며, 코로나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입장료는 없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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