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홀로그램 콘서트[Re:present] 김종진, 여전히 무대 위에선 항상 (김) 현식 형, 태관이와 함께한다 생각해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홀로그램 콘서트 ‘Re:present'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1일 경기도 수원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콘서트는 실존 혹은 가상 인물을 디지털화하는 기술인 '디지털휴먼' 기술과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 봄여름가을겨울의 보컬 김종진과 드러머 故 전태관, 그리고 故 김현식이 함께 무대에 등장한다. 가수 이적, 거미, 이무진도 각각 무대에 올라 그들만의 목소리로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명곡을 선사한다.
모두의 마음에 명곡을 남기고 떠난 두 사람. 그리고 누구보다도 그 두 사람을 그리워했을 한 사람, 김종진이 콘서트 개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Q. 전태관 님이 우리 곁을 떠나신 이후 어느덧 3번째 여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두 분이 함께 한 공연은 셀 수 없이 많으시지만, 이번 공연은 이전의 어떤 공연과도 다르시리라 짐작해봅니다. 처음 제안을 받으셨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A. 김종진(이하 ‘종진’) :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했죠. 떠나갔던 사람을 다시 만나 얘기하고 연주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지구 역사상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행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정말 신기했던 건요. ‘좀 잘 보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예요. 그 친구 오랜만에 만나는데 “종진아~ 너 연주가 그것밖에 안 돼? 난 그동안 하늘나라에서 끝내주는 뮤지션들이랑 같이 연주해서 많이 늘었는데, 넌 뭐 그거밖에 안 늘었어~?” 그런 말 들으면 좀 부끄러울 거 같아서, 공연 제안을 승낙하고 나서 며칠 밤을 거의 꼬박 새우면서 다시 메트로놈 켜고 연습을 했습니다.
Q. 1986년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로 프로 데뷔를 하셨습니다. 이후 그룹으로 독립하셨고 2년 뒤 김현식 님께서 돌아가셨으니 같은 무대에서 연주하고 노래하시는 건 30여 년 만이실 텐데요. 마지막으로 함께 하셨던 무대가 언제셨는지 혹시 기억하실까요? 그리고 이런 형태로나마 함께 공연하게 된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A. 종진 : 여러분이 믿지 않으실 수도 있는데요, 저는 지금도 무대 위에 올라갈 때마다 현식이 형, 태관과 같이 무대 위에 올라갑니다. 젊은 시절에 받았던 그 짜릿한 느낌, 멋진 목소리와 모습, 그리고 무대 위에서의 환희! 그런 걸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후배 뮤지션들은 저한테 그래요. “아니~ 저 형은 무대 위에 올라갈 때마다 왜 저렇게 간절하고 애절하게 온갖 용을 다 쓰면서 연주하지?” 그럼 이렇게 대답합니다. “너희들도 무대 위에 현식 형이랑 태관 형이랑 같이 있다고 생각해봐라. 그렇게 절절한 연주가 안 나오고 배기나. ㅎ” 전 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이번 무대가 위대한 뮤지션은 우리가 믿기만 한다면 언제든 우리와 함께 있고 최고의 소리와 연주를 들려준다는 것을 입증하는 공연이 될 것 같아서 아주 많이 기대가 큽니다.
Q. 공연을 위한 연습이 한창이시라고 들었습니다. 40년 가까이 음악을 하셨고 이번 공연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큰 규모의 공연도 수십 차례 하셨지요. 하지만 무대를 준비하는 마음이나 긴장감은 공연장의 크고 작음의 여부와 관계가 없을 듯 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종진 : 이젠 시대가 바뀌어서 아무리 작은 방구석 콘서트라도 전 세계인이 다 볼 수 있는 시대가 됐잖아요? 과거에는 ‘1만 명짜리 공연장이라고 하면 거기에 맞춰서 조명, 음향, 연주를 준비해서 거기에 오신 관객들만 만족시키면 된다.’라는 기준으로 공연을 했는데, 이젠 계시는 곳이 각각 공간도 다르고 환경도 모두 달라서 거기에 다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하기도 하고 또 그 중압감 때문에 제대로 된 연주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럴 때 저는 이렇게 준비합니다. ‘오히려 내 속으로 들어가서 마음속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에 귀 기울여서, 그 소리를 오롯이 제대로 들려드리는 데 집중하자. 그러면 관객이 어디에 계시더라도 함께 공감하고 같이 노래하고 또 우리의 연주에 더 귀를 기울일 거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진심은 결국 통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Q. 디지털 휴먼 및 홀로그램 기술로 구현되는 무대인 만큼 기존 공연과는 차별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본질은 ‘음악’에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이번 무대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거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신 점은 무엇일까요?
A. 종진 : 디지털 휴먼이다, 홀로그램이다, 이렇게 뉴테크와 관련된 단어가 나오면 경기부터 일으키시는 분들이 많아요. 왜냐면 그만큼 과학의 발전이 빠르고 우리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모른 채로, 따라가기에 급급하고 숨이 차거든요. 그때 우리 뮤지션들이 나서서, 과학이 설명해주지 않는 빈자리에 아름답고 신비로운 예술의 기름칠을 해드리는 거예요. 그러면 뭔가 균형이 좀 더 잘 맞게 되는 겁니다.
이 공연에 뉴테크와 레트로한 감성을 잘 버무려서 언제든 다시 보고 싶은 공연물을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한쪽엔 과학, 한쪽엔 감성’이라는 양 날개를 장착해야 비로소 추락하지 않고 아름다운 미래를 향해서 비상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드리고 싶어요.
Q. 이번 공연에 이적 씨, 거미 씨, 그리고 이무진 씨가 게스트로 참가하게 되었지요. 뜻깊은 공연에 함께하는 후배 가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A. 종진 : 감사하다는 말씀 이외에 뭐가 더 있겠습니까? 우리가 후배로 있었던 시절엔 상상도 못 했던 그런 세계를 향해서 한 발짝 한 발짝 걸어와 준 우리 후배님들은 정말 멋있었어요. 결국은 전 지구에 휘황찬란한 음악의 꽃을 피워줬고, 그 꽃의 뿌리는 우리 선배 뮤지션들이었다는 걸 알려줘서 정말 감사하고요, 그리고 이렇게 각박한 세상에 아름다운 음악으로 ‘아~ 그래도 아직은 살 만 하구나’라고 느끼게 해준 우리 후배 뮤지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감사, 감감사… 감사의 ‘쓰리따블’을 보내드립니다.
Q. 전태관 님과 함께 정하신 ‘투 두 리스트’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백발이 성성해도 무대 위에서 섹시한 뮤지션”이란 항목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김종진 님이 생각하시는 ‘무대 위에서 섹시한 뮤지션’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A. 종진 : 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오늘 밤을 새울 수도 있을 정도인데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보는 사람에게 생명의 욕망이 이글거리게 만드는 뮤지션.’ 어떤 연주와 노래를 들으면 ‘아, 나도 살아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고통받고 좌절하고 희망하고 있다.’라는 감정이 마구 솟아나게 하는 그런 뮤지션들이 있거든요. 그런 뮤지션들이 뿌리는 생명의 씨앗을 잉태해서 더 많은 감상자와 창작자들의 감성이 풍부해지고 촉촉해지는 세상이 만들어진다면, 그게 바로 ‘무대 위에서 섹시한 뮤지션’이라고 생각합니다.
Q. 전태관 님은 36년을 함께 해온 친구이자 음악의 동반자이셨기에 그 빈자리는 여전히 많이 크실 것 같습니다. 친구의 부재가 가장 크게 느껴지시는 순간이 있으시다면 언제일까요?
A. 종진 : 그 친구가 참 낙천적이고 낭만적인 그리고 대범한 구석이 있어요. 반면에 저는 좀 골똘히 파고들고 빠져드는 스타일이거든요. 종일 무슨 음악 프로그램에 빠져있고 그러면 어떻게 알았는지 느지막하게 전화가 와요. 그래서는 “야~ 야~ 너무 그렇게 일만 하지 말구 나가서 승신 씨랑 저녁 한 끼 먹고 와라. 돌아오는 길에 탄천에서 산책도 좀 하구…. 인생 뭐 있어~? ㅎㅎ”하면서 전화를 끊고 나면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고 웃으면서 일을 할 수 있었어요. 그 친구의 전화 한 통이 참 그립습니다.
Q. 코로나 사태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런 때에야말로 봄여름가을겨울의 대표곡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큰 힘을 발휘할 것 같은데요. 공연을 찾아주시는, 그리고 추후 안방에서 보게 되실 많은 분께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A. 종진 : 브라보 마이 라이프… 그 곡이 어느새 20년이 됐네요. 20년 전 저와 태관은 유럽의 어떤 낡은 성을 빌려서 악기를 차려놓고 열심히 연주하고 노래해 이 곡을 발표했습니다.
메시지는 이 노랫말에 담겨있어요.
'브라보, 브라보!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브라보, 브라보!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 노래를 다 부르고 난 후, 여러분과 함께 “브라보!”를 외치고 싶습니다. 아주 큰 소리로요. 그리고 박수도 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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