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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영 예술감독의 첫 안무작 국립무용단과 함께 선보일 ‘현대적 한국무용’

국민문화신문 2021. 8. 12. 16:34

(국민문화신문) 유석윤 기자 = 국립무용단 신작 ‘다섯 오’는 2019년 11월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손인영의 첫 안무작이다. 손인영 예술감독은 1985년부터 7년간 국립무용단 단원으로 활동한 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무용 교육학을 공부하는 동안 현대무용을 수용하면서 춤의 영역을 확장한 인물이다.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을 두루 섭렵하며, ‘한국적인 것’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온 그는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에서 예술철학을 공부해 전통춤에 나타난 동양철학 원리를 깊이 있게 연구하기도 했다. 이론과 실제에서 전통과 동시대적 감각을 체화한 손 감독의 이러한 토대는 그가 직접 안무를 맡은 이번 신작에 고스란히 담길 예정이다.

손인영 예술감독은 신작 ‘다섯 오’에서 인류가 직면한 환경 문제를 동양철학의 기본 원리 중 하나인 음양오행과 접목하며, 동시대 한국무용의 감각으로 풀어낸 ‘현대적 한국무용’을 선보인다. 작품 준비에 매진 중인 그는 “국립무용단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첫 안무작인 만큼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이번 작품이 끊임없는 실험과 시도로 한국무용의 발전을 이끌어 온 국립무용단과 함께 한국 창작무용의 또 다른 전통을 써나가는 시작이 되리라 생각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총 3막으로 구성된 ‘다섯 오’는 각각 ‘환경이 파괴된 현재’와 ‘음양오행의 에너지’, ‘공존에 대한 깨달음’이라는 주제로 전개된다. 1막에서는 만물의 순환과 조화가 깨져버린 상황에서 불안해하는 사람들 앞에 동양적 자연관을 상징하는 다섯 처용이 등장한다.

신라 시대 처용이라는 인물이 아내를 범하려던 역신 앞에서 자신이 지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춰서 물리쳤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하는 처용무는 악운을 쫓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처용무는 궁중무용 중에서 유일하게 사람 형상의 가면을 쓰고 추는 춤이다. 처용 탈을 쓴 다섯 사람이 다섯 가지 빛의 오방색 옷을 입고 춤을 추며, 이는 음양오행의 정신을 반영한다. 우리 선조들은 오방처용무를 추면 사악한 기운이 물러가고 기쁘고 경사스러운 일이 생긴다고 믿어 왔다. 국립무용단은 시즌 첫 작품으로 처용무를 재해석한 ‘다섯 오’를 선보여 상서로운 기운을 맞이하고자 한다.

처용의 안내에 따라 음양오행의 세계를 탐구하는 2막에서는 성장을 상징하는 나무(木), 성숙의 불(火), 소멸과 생성의 물(水), 균형을 의미하는 흙(土), 원시적인 생명력의 금(金)이 각 장을 통해 차례로 소개된다. 목(木)은 현대적인 춤사위로 나무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어서 승무에서 영감을 얻은 안무로 화(火)의 사방으로 발산하는 강렬한 에너지를 표현하며, 불을 식히는 존재이자 죽음을 의미하는 수(水)는 씻김굿의 ‘길 닦음’에서 차용한 움직임으로 드러난다. 토(土)는 오행의 중화와 균형을 나타내는 요소로, 정제되고 질서 잡힌 전통 무술 택견에서 영감을 받아 비가 멈춘 후 물길을 다스리고 땅을 재정비하는 움직임을 표현한다. 단단하고 거친 느낌을 지닌 금(金)은 강인한 힘을 나타내기 위해 곡괭이로 밭을 일구는 동작을 바탕으로 안무를 짰다. 원시적인 힘을 표현하는 장면인 만큼 남성적인 에너지를 드러낸다. 작품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남녀 듀엣과 군무는 음양의 만남을 보여주며 오행의 순환을 완성한다.

음양오행 세계에 대한 이해를 하고 현대로 돌아온 3막에서는 작품을 관통하는 다섯 처용이 다시 등장한다. 오방처용무에는 인류가 자연과 공존하는 지혜를 갖춤으로써 건강한 일상으로 회복하기를 기원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는다. 이후 무대 위에 홀로 남은 무용수의 몸짓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후세에 어떤 세상을 전해 줘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국립무용단 ‘다섯 오’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면 인간에게 어떠한 결과가 돌아오는지 일깨운다는 점에서 동시대 관객의 일상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라는 감염병까지 예측 불가능한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이번 작품을 통해 환경 파괴와 인간의 삶의 방식 등 다양한 지점에서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무대·의상·영상디자인은 무용·연극·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빼어난 미장센을 구현하는 정민선이 맡았다. 반사가 잘 되는 댄스플로어를 활용해 이면의 세상을 보여주는 듯한 신비로운 공간을 연출하며, 끝없이 반복하는 구조물을 사용해 오행의 흐름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의상은 직관적으로 오행을 상징하는 강렬한 색상을 선정해 자연의 원소로서 무용수의 움직임을 보여주려 한다. 목은 초록색, 화는 붉은색 원색이 주는 강렬함으로 에너지를 담아내며, 수는 흰색, 토와 금은 검은색을 주된 색상으로 삼았다. 마지막 3막에서는 오방색을 담은 무대디자인을 통해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세계관을 보여준다.

작곡 및 음악감독으로는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라예송이 참여한다. 손인영 예술감독은 ‘다섯 오’를 구상하면서 단순하고 세련된 감각을 지닌 라예송의 음악에 반해 일찌감치 러브콜을 보냈다. 라예송 음악감독은 안무에 생동감을 더하기 위해 다섯 가지 원소의 특성을 반영한 악기로 음악을 만들었다. 목에서는 목탁을 활용하기도 하고 금은 날카롭고 카랑카랑한 쇳소리를 내는 꽹과리‧바라를 썼으며, 토는 흙으로 빚은 우리 전통 관악기 ‘훈(塤)’을 사용했다. 또한, 라예송 감독은 이번 작품 음악을 위해 직접 구음을 하기도 했다.

손인영 예술감독은 “공연을 한번 봤다고 환경에 대한 인식이 갑자기 변하지 않겠지만, ‘다섯 오’를 통해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돌아보고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며 “이러한 고민과 성찰이 쌓여 변화로 이어진다고 믿기에 환경문제를 고민하는 하나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국립무용단의 작업이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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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영 예술감독의 첫 안무작 국립무용단과 함께 선보일 ‘현대적 한국무용’

(국민문화신문) 유석윤 기자 = 국립무용단 신작 ‘다섯 오’는 2019년 11월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손인영의 첫 안무작이다. 손인영 예술감독은 1985년부터 7년간 국립무용단 단원으로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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